#11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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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초임교사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며칠 전에 제가 이 만화 <<슬램덩크>>를 다시 봤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에요. 만화에서 지역우승을 하고 전국으로 나가는데 강백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점프슛을 연습시킵니다. 연습을 시키는데 강백호가 이럽니다.
“영감님 취미생활에 날 끌어들이지 마세요.”
자기가 고생하는 걸 보는 게 선생님의 취미생활이라고 생각을 하는거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말합니다.
“취미생활… 취미생활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라스트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걸 보는 것은 더할나위없는 즐거움이다.”
저는 이 만화를 볼 때마다 이 안선생님의 마음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아요. 이 안 선생님의 마음. 아직 어린 학생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 고뇌하는 모습, 바닥을 치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지않고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 게 더할나위없는 즐거움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죠.
그리고 영화 <<홀랜드 오퍼스>>는  꼭 보셔야합니다. (영상을 틀어주는 듯) 이 친구는 너무 못하죠.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조기등교를 해서 3년간 연습을 해요. 하지만… 이 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언니는 줄리아드의 장학생이고 오빠는 뭐 장학생이고 엄마는… 아빠는…  우선 홀랜드 선생님은  교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유명한 작곡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져서 잠깐 교사생활을 한겁니다. 그런데 태어난 아들이… 청각장애자였어요.
음악가에게 아이가 태어났을 땐 어떤 마음이었겠어요?  아이를 음악가로 성장시키고 싶었겠죠. 그런데 아이가 청각장애자에요. 홀랜드는 거기서 꿈이 좌절되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요. 심지어 당장이라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해요. 중간에 유혹도 있어요. 재능있는 제자랑 같이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던 기회도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교사생활을 한 건 아니죠.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만 두고 싶어했어요.
홀랜드는 교과서만 가지고 가르치려했어요.
“그럼 뭘 가르쳐요? 교과서 말고?”
“교과서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야. 넌 알고 있어. 교육이란 즐거워야하는거야. 감정이 있어야 감정을 주지. 그건 교과서가 하는 게 아니야. 교과서는 배우면 되지만 감정은 배우는 게 아니야. 부탁이 있어. 교과서를 보지말고 가르쳐봐.”
기술적인 문제는 스탭바이스탭을 해도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기술적으로 가르쳤는데도 아이들이 잘 못해요. 구구단 열심히 가르쳤는데 안돼죠. 뭘해도 안되요. 이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겁니다.
악기를 다룰 때 입술이 어떻니, 어떻게 물었니가 아니라 기술적인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질문을 해야해요. 더구나 문제의 아이가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요. 자꾸 ‘왜’냐고 물어요.
“노을을 생각하며 연주해봐.”
이렇게 하루하루, 일년일년을 지내다가 이 학교가 예술교과가 폐지되면서 선생님이 명예퇴직을 하게됩니다. 그냥 쓸쓸하게 퇴장을 하는데  강당엔 학생들이 다 모여있었어요. 이 분이 퇴임한다는 것을 알고서 다 모여있었던거에요. 혼자서 퇴장을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려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이 마지막 모습이 너무 좋아서 나도 퇴임할 때… ^^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이 부분만 보였었어요. 솔직히 이런 거 안 열어줘도 괜찮아, 하지만 나도 저런 선생님으로 살고싶다, 이런 제자들만 있다면 나는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장면은 몇 번을 봐도 눈물이 나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초임교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라요.
이 분이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한 거 아니였어요. 그냥 하루하루 살았을 뿐이에요. 하지만 만나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사람으로서, 음악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내가 줄 수 있는 좋은 것을 주고 선한 마음으로 대하면서 살았을 때. 아까 그 표정. 돈 스탑 플레이. 그 기뻐하는 표정. 이것이 교사의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이 아닌가.
제가 업무로 번아웃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든 아이들을 만나도 이런 장면들을 한 두번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초임교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란 질문을 받았을 때 참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 두 선생님의 이야기와 함께 제 마음을 담아서 보내드린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창한게 아니라, 이래야 돼가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를 선한 마음으로 내가 만난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그 마음으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그렇다면 교사라는 이 길도 그렇게 어려운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