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이가 내게 가까이 오도록 하려면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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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교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셨는지요? 

네. 아까 이야기했던 ‘다 이루었다’라는 경험으로 생각한 적이 있죠. 이제는 내 인생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다 했다는 생각때문에 교사를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그 다음에 또 다시 고생을 했어요. 그래서 ‘아, 그만두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죠. ^^
그 아이들은 너무나 특이한 아이들이었어요. 그 아이들조차도 공동체로 잘 만들어냈는데 전학 온 아이들에 의해서 속절없이 흔들리더라구요. 중간에 전학온 애가 기존의 아이들을 보고 ‘이거 순둥이들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문화를 뒤집어버리더라구요. 연예인과 성과 험담 등으로 뒤집어놓는데 정말 잡초 번지듯이 흔들리는데 그것을 제가 인지하고서 간신히 막아냈어요. 그 행동이 더 퍼지지 않도록.
저는 아이들 때문에 고생도 참 많이 했었어요. 아까 말했던 정신적인 질환도 있지만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애들도 많이 만났고, 발달장애가 있는 애들도 한 반에 세 명씩 제가 데리고 있었어요. 서른 명 중에 세 명이 장애가 있어요. 비율이 상당히 높죠. 재작년만해도 두 명이에요. 스무명 중에 두 명.
그렇게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만나고, 아주 복잡한 역사가 있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했던 생각들이 이거에요.
내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이만큼이에요. 그런데 여기 있는 아이들이 굉장하더라는거죠. 그러면 이 아이가 나에게 가까이 오도록 하려면 내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커져야하는거에요. 이 아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 아직 내가 품어낼 수 없는 아이인거죠. 그래서 그런 아이들을 품어내기 위한 노력들을 했어요.
아이들도 힘들게하긴 했지만 힘들게하는 아이들때문에 그만 두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하면 이 아이들을 내가 품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업무하고 관련이 있어요. 업무 때문에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았어요.
우리 학교는 담임선생님들은 전부 업무가 없어요. 그런데 저는 5학년 담임을 하면서 혁신부장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혁신학교를 경험을 했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학급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모델도 되어야하고 혁신학교 운영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업무때문에 야근하는 경우가 올해 처음 생겼어요.
만약 교장선생님에게 잘보여야겠다거나 승진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렇게 했다면 아마도 번아웃되버려서 아이들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죠. 나중엔 제가 업무를 좀 안하더라도 용인을 해주셨던게 뭐였냐면… 전혀 안 한건 아니구요, 주로 제가 맡은 일이 뭐였냐면 학교폭력 관련 업무. 학교폭력은 교사들이 병들어가는 일들이라 아무도 안하는 일들이라 제가 그 일을 했습니다.
학교폭력을 제가 담당을 한 이상 업무는 업무지만 아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업무이긴하지만 업무로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들과 상담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려고 했어요.
저는 자살하지 않을거든요. 자살예방교육을 하도 많이 받아서. 전담교사니까 매년 받았어요. 그 때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이거에요.  정신과 의사는 두 부류가 있데요. 환자가 자살한 정신과 의사와 아직 자살하지 않은 정신과 의사.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까 만약에 내가 맡은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는다면 난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런데 이런 일이 힘들다고 신규교사에게 줄 수 없는거에요. 왜? 너무 고통스러울 게 뻔히 보이니까. 일은 힘들었지만 제가 번아웃이 되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과 계속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를 절망시키는 것도 아이들이지만 나에게 희망을 주고 힘을 주는 사람도 아이들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