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눈을 마주치는 것에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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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교사로서 삶이 행복하신가요?

교사로서의 삶에서 행복의 극한을 맛본 적이 있어요. 2011년 혁신학교를 처음 갔는데 정말 이 아이들을 보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어요. 모두 21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7명이 약을 먹더라구요.
한 명이 외설 틱. 외설스러운 욕을 합니다. 보통 틱이 있는 아이들을 보면 처음엔 동작으로 오죠. 그 다음에는 음성으로 옵니다. 나중에는 욕을 해요.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외설스러운 욕을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이 아이의 삶이 어땠을지… 이 아이의 역사가 어땠을지 조금이나마 느껴지시나요?
그래서 아이들이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 시골에 있는 혁신학교로 온거에요. 그렇게 이사를 온 경우가 많았어요. 틱이 두 명. 소아우울증이 두 명, 세 명정도는 ADHD약을 먹는 아이. 이러다보니 학급이 초반부터 붕괴되어 있었어요.
혁신학교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받아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병원 대신 보냈더라구요. 우리 교장선생님께서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신대요.
“자연이 이 아이를 품어줄거에요.”
자연이 품는 게 아니라 제가 고생을 하는거죠. (하하하) 고생을 좀 했어요. 처음 한 두명 전학올 때는 자연이 품어주고 문화가 품어줬지만 학교가 곧 80여명의 학교에서 300여명의 학교로 성장을 해버립니다. 1년에 100명이 전학을 와요. 거기에 전학 온 애들이 약 먹던 아이들, 병원 대신 온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 해 저는 정말 많은 경험을 했죠.
처음 수업을 들어갔더니,
“아이, 일반선생님들 진짜 짜증나요.”
당시가 2011년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저도 인디스쿨 등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첫 날부터 작살나더라구요. 제가 뭔가를 제시를 하면 이래요.
“선생님이 혁신학교 처음 와서 잘 모르시나본데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 다 그랬어요. 제가 다 무너져버렸어요.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면서 여기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하나 생각했어요.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할까 하다가 기본부터 해보기로 했어요. 기본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 되어야한다는거에요.  그 연결은 눈을 마주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칠판에다 이렇게 써놨어요. 학급의 규칙을 정할 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애들이 그냥 안들어와요. 초등학교 5학년 애들인데 안들어와요. 아이들이 자유로운 학교가 혁신학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학생들은 자기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줬지만 함께 했던 실천은 이거였어요.
수업을 하기 전에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 선생님이 이야기할 땐 어떻게 하죠?”
그럼 이렇게 대답하도록 했어요.
“바라보며 듣기.”
“친구가 이야기할 땐 어떻게 하죠?”
“바라보며 듣기.”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서 듣는 연습을 했어요. 이 아이들이 굉장히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 같았지만 사실은 다 상처입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과장된 행동으로 그것을 감추고 있었던 거에요. 눈을 잘 못 맞추는거에요. 그래서 그 아이들 하나하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해 이 아이들과 정말 특별한 삶을 살았어요. 회의를 통해서 많은 것을 정하는데 ‘5학년 종업식을 하자’가 안건으로 나왔어요. 시간은 언제 했으면 좋겠냐, 7시부터 했으면 좋겠데요. 왜? 부모님이 오셔서 봤으면 좋겠데요.
이 아이들이 말초적인 쾌락, 내 마음대로 하려는 그것이 주는 행복을 누리다가 상호존중, 내가 아이들을 친구로 존중하고, 친구로부터 존중받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우리 공동체가 가치있는 공동체가 되는 경험을 하고, 학습에서도 굉장한 성취도를 느끼고 나니까 이 아이들은 자신이 자랑스러운거야. 그래서 부모님들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종업식을 했습니다.
외설 틱이 있던 아이, 어땠을까요? 1년동안 쉽지 않았겠죠? 그 아이가 그런 문제가 있었던 이유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그 전 학교에서 여자 담임선생님에게 따귀를 여러 차례 맞았던거에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음향기사, 어머니도 음악을 하셔서 그런지 얘도 예술과 음악을 하는 예술가의 섬세한 감성을 가진 아이인데 따귀를 맞고나니 자아가 붕괴된 거에요.
계속 심리 치료를 받아도 해결이 안되는거에요. 그 여선생님에 대한 분노가 외설스런 욕으로 표출되는거죠. 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부터 그렇게 해왔던거죠. 그 어린 아이가. 그 해 종업식 때 이렇게 편지를 썼어요. 2012년 2월 16일에 썼네요.
지난 1년 참 열심히 살았다. 특별한 아이들을 만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만났다. 뚜렛, 틱, ADHD, 우울증, 왕따, 폭력… 너무 낮은 자존감. 내가 ㅇㅇ초 5학년 2반 담임이 된 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운명은 버라이어티하고 환타스틱하고 러블리하다.
호러블했어요. 호러블했고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했습니다. 그 때 그 아이가 써 준겁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동화책 속의 알라딘처럼 지니를 만났습니다. (제 이름이 정유진이니까 지니 쌤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동화책에 나오는 지니는 소원을 세 가지 들어줍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지니는 소원을 너무나 많이 들어주었습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들어준 소원 중 하나는 바로 EFT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고통받던 틱 증상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오히려 저를 더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애니어그램을 통해 꿈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일러스트로 그림실력을 향상시켰으며 축제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지니는 램프 속으로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지니가 가르쳐 준 율법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언제든지 그 율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소중한 소원을 들어주신 지니 쌤께 감사드립니다. 2012. 2. 15
종업식 때 이 아이가 자신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엄마는 우쿨렐라를 치며 공연을 해줬어요. 어머니께서도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병원에서도 치료가 안되는데 단 1년동안. 사실 이 아이에겐 특별한 방법들을 좀 썼습니다.
EFT라는 심리치료방법을 썼어요.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심리적으로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많다보니까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엔 그냥 소개만 해드렸는데 소개만으로는 안되는 아이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예 내가 치료를 하자 싶어서 최면공부나 EFT를 받았는데 책에도 좀 나와있죠?이 때 저는 어떤 느낌이었냐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의 300%는 한 것 같아요.
제 아내가 저에게 이런 말도 했었어요.
“당신은 혁신학교 교사로서 행복해? 혁신학교 교사의 아내는 어떨 것 같아요?”
정말 일주일에 3-4일을 밤 11~12시까지 야근했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이 때까지의(혁신학교 전의) 학교는 제가 뭔가를 하려고하면 방해하는 학교였어요. 근데 이 학교는 마음껏 해보라고, 다 해보라고 하는 학교에요. 그래? 그럼 다 해보자. 그동안 못했던 그 울분을 해소하느라 밤 11~12시까지했었고, 다시는 이런 아이들을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이렇게까지 내가 모든 것을 다 바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얘들을 보내고서 ‘이제 교사를 그만둬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만 둬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교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꼈던 이런 행복을 선생님들이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코칭을 해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밑바닥에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그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
지금은 교사로서는 아이들과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을 만나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풀어갈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학교를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혁신학교를 변화시키고 혁신학교 모델을 통해서 다른 일반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로서 지금 굉장히 행복하고, 아이들과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