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미움을 좀 받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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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그러면 선생님께서 하지 않으시는 업무는…

학교 안전점검관리 저에게 하라는거요, 못한다고 했어요. 이건 행정실장이 하는 일이라고. 실제로 행정실장이 하고 있어요. 10여 년전에 정말 선생님들을 옥조이고 잘 가르칠 수 없게 만드는 게 업무 시스템이었어요. 없애거나 아니면 없앨 수 없는 일들 때문에.
여러 혁신학교들이나 경기도 같은 경우는 혁신학교가 아니어도 이미 혁신학교의 연구 성과들이 많이 퍼져서 업무전담팀이 구성되어 있어요. 교감선생님이 일을 엄청 많이 합니다.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교감선생님과 몇몇 부장 선생님들. 한 10년차, 15년차 된, 아이들도 오랫동안 열심히 가르쳤던 몇몇 선생님들께서 그 일들을 해요.
제가 우리 교장교감선생님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해볼께요.  학교에서 ‘사계절 인생학교’를 5일간 했어요.  마지막이 졸업식이라 강당에 의지가 다 깔려있어요.
체육대회하고와서 교장,교감 선생님과 모두 다 모여앉았어요. 의자 치워야하잖아요. 그런데 우린 너무 힘든 상태였어요. 이런 경우 보통의 경우 교장, 교감선생님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의자 치우라고 하겠죠.
그런데 교장 교감 선생님 오시기 전에 우리끼리(선생님들끼리) ‘너무 힘든데 이거 방학 끝나고 치우면 안될까?’라고 이야기를 한 상태였죠. 그래서 제가 건의를 했어요. 그랬더니 교감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무 좋아요. 그렇게 해요. 교장 선생님 오시면 그 이야기해보죠.”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그 얘기를 하니까 교장선생님도 바라던 바였다고.
그 교장, 교감선생님은 운동회 때 아이들과 함께 뛰고, 같이 의자 나르고, 같이 치우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힘들면 본인들도 힘들어요. 그래서 그 때 의자를 그대로 두고 집으로 갔어요.
선생님들과 같이 하는 관리자들은 힘든 일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요. 이런 식으로 교감선생님이 너무 힘들게 일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당신들도 일을 줄여갑니다.
교장, 교감선생님이 일을 안하고 ‘정 선생 이거 언제까지 해와.  이것도 못해?’그럴 수도 있는데 함께 일하면 본인들도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해요. 그렇게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욕먹으면요, 편해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나왔잖아요. 한국사회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평생 죽도록 고생하거든요. 제가 미움받기를 왜 선택한 이유는 이거에요.
“ 내가 교사를 마칠 때, 그 때 교장 교감선생님을 생각하면서 후회할까? 아니면 내가 그 때 그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전 후자였어요. 내가 지금 만난 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을 더 후회하지, 일 못해서 그 분들에게 비난 받은 것을 더 후회하진 않을 것 같았어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미움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어요.
그 땐 엄청 미움받을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별로 안 미워하더라구요. 어떻게든 데려다 쓰려고 하시더라구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미움 정도는 좀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