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업무에 무능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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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선생님이란 직업이 매우 바쁘다고 들었는데 수업을 어떻게, 언제 준비하나요?제 친구가 경기도에 발령을 받았는데 경기도권은 업무가 진짜 없는 편이고 업무교사도 따로 있데요. 그런데 제주도는 그런 제도가 없어서요. 

(예비) 선생님들께서 많이 질문을 해주셨는데 가르치는 일과 업무의 충돌. 실제로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보내는 시간보다 좀 덜 중요해보이는 업무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것을 봤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있는 학교는 제가 혁신부장으로 있는데 담임교사는 업무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주도 다혼디 혁신학교도 그렇게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뭐냐면 지금까지 너무 비정상적인 것들이 일반화되어와서 그게 정상적인 것들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교사가 업무와 수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게 느껴지잖아요? 다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그건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고 사실 선배들이 했어야 하는 일이죠. 그리고 여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경우 이정도밖에 못 바꿨어요.
우리도 그 질문들, 그 고뇌 속에서 괴로워하면서 정말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지도서도 보고 좀 더 수업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다른 선생님들과 만나서 어떤 수업을 할 것인가, 우리 아이 어떻게하면 도움이 될까 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사들이 학습 전문가로서, 교육 전문가로서 공동체를 이뤄 함께 성장해나가야 하는 게 정상인데 전혀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어요.
오직 업무. 교육청에서 전화오고 교감선생님께 전화와서 빨리 일 처리하라고해서 애들에게 자습시키고 일 처리해야하는 게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는거죠.
우리가 지향해야할 부분은 업무에 대해선 무능한 교사인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건 별로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업무 조금 못하는 것은…
제가 작년(2014년)에 서울로 다시 복귀하고서 양평의 신규 교사들 독서토론 연수를 하게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화가 엄청 났어요. 왜 화가 났냐면 신규 선생님이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선배 교사에게 혼나고 왔어요. 업무 못 한다고.’ 그러는거에요.  내가 그 선배 교사 찾아가서 따지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생각해보세요.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가 병원에 갔는데 그 신규 의사에게 환자 접수에 진찰에 수술에 환자급식 관리까지 다 시킨다면 말이 되겠어요? 말이 안되죠. 그리고 그 병원에서 병원장조차도 하기 싫어하고 힘든 수술을 그 신규의사에게 맡기면 되겠습니까? 안되죠.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어떤 전문가 집단도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힘들고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맡기는 전문가집단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그 전문가 집단은 망해요. 목수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집이 다 무너집니다. 의사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환자들 다 죽죠. 그래서 가장 쉬운 일부터 하나 하나 배워나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전문가 집단이라고 하면 아카데미에서 대학에서 배우고 온 사람이 대학에서 배운 것을 현장을 통해서 써먹을 수 있도록 선배들의 경험으로 이끌어주는 단계들이 다 있어요. 그런데 유독 교직만은 신규교사에게  선배교사들도 하기 힘들어하는 업무를 다 맡겨요. 젊고 능력있으니까.
젊은 건 맞아요. 제가 실제로 그걸 경험을 했어요.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를 갔는데 업무가 너무 많은거에요. 스카우트 단대장에 학교 안전점검관리, 전산담당… 그래서 이 일은 못하겠다고 했더니 6학년 부장님이 절 불러서 그러시는거에요.
“정선생, 자네처럼 젊고 능력있는 사람이 학교 일을 열심히 해야할 거 아닌가”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부장님, 부장님처럼 20여년을 교사로 사신 분이 더 능력이 있겠습니까, 저처럼 막 전역한 사람이 교사로써 능력이 더 있겠습니까?”
누가 더 능력있어요? 20년 경력자가 더 능력있겠죠?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아이들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에서 뭐가 됐을까요? 개새끼가 됐죠. 하지만 개새끼가 되고나니까 아이들을 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선생님이 해야하는 업무가 어떤거죠?
그 업무가 실제로 꼭 필요한 일이냐라고 보면 필요하지 않는 일이에요.
 
 
Q) 그런데 꼭 필요한 업무일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Q) 학생들 수학여행 같은거나 졸업식 준비같은거나…
그런 건 해야죠. 교육과정과 관련이 있고 아이들과 함께 해야하는 것은 업무가 아니라 저의 책무에요. 따로 해야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저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서 그 당시에 3곳을 답사했어요. 지금도 그런가요? 10년 전에 저는 3곳을 다 답사했어요. 그 때는 아는 업체에서 교장선생님이 돈 먹고 보내고 그런 게 만연했던 시기에 3곳을 답사를 했어요. 왜? 우리 아이들이 함께 갈 곳이라 하나하나 점검을 했어요.
업무를 안 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일들은 철저하게 열심히 해요. 아이들과 관련된. 실질적은 교육과 관련된 일은 열심히 하는거죠.
그 외에 업무를 위한 업무들. 그런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없어도 학교 잘 굴러가요. 훨씬 더 잘 굴러가고 선생님들 사이 더 좋구요, 아이들과의 관계 더 좋구요, 교육도 더 잘됩니다.
서울과 경기도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한 교대 출신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오다보니까 ‘교대 몇 기야?’이런 것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업무나 이런 것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또 합리적이에요. 직장 다니는 기분으로 다닐 수 있어요.  많이 민주화가 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에는 아직은 어렵죠. 제주의 경우에는 학연과 지연 외에도 혈연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제주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업무가 없는 교사는 상상할 수가 없었어요. 담임교사에게 업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당연한 거였는데 지금 서울경기, 특히 경기 쪽에서 업무 없이 행복해진 교사들도 많다는 것을 이제 다 알고 있잖아요. 모르고 현장에 가는 것과 알고 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주의 혁신학교에서 어떤 것들을 만들어갈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업무보다 교육이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고 교장, 교감선생님들도 지원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양평에서 신규교사 독서토론모임했다고 했잖아요. 거기 두 부류로 나뉘더라구요. 혁신학교에 있는 신규교사들 너무 행복해요. 교사로 계속 성장하고 있고 선배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보니까. 그런데 혁신학교가 아닌 곳의 교사는 오늘도 욕 먹고 왔고 내일도 욕 먹을거고… 업무로. 그래서 참 안타까웠죠. 같이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초기 경험이 이렇게 다르니까.
그래서 여기 제주도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디에서 오냐면 선생님들에게서 와요. 기존의 관행처럼 이어져왔던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고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해서 그것을 실천하고 욕 좀 먹어도 변화시키는 게 맞죠. 그래서 업무, 중요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