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할만큼 다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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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학총서’의 일부입니다. 교학총서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문의: damnonbooks@gmail.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anbada@hanmail.net)


안영숙(이하 안) :
내가 후배 선생님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강아지도 누가 자길 예뻐하는지 다 안다’는거에요. 하물며 사람인데…  다 알아.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도 다 알아.
수업 중에 교장/교감선생님이 오셨을 때나 혹은 공개수업 할 때 이런다고.
“누구야~ 일어나서 얘기해볼래?”
“선생님 평소대로 하시죠?”
애들은 선생님을 이중인격자로 받아들여요. 그래서 선생님 말하는 걸 안 듣는거에요. 그런데 선생님이 자기가 말한 걸 늘 그대로 실천한다면?
나는 내가 이야기한 걸 늘 실천해요. 그래서 정말 화가나서 못 참을 것 같은 아이를 만나도 나는 끝까지, 정말 다른 아이에게 대하는 것과 똑같이 해요. 그럼 오히려 아이들이 이래요.
“선생님 저 애들을 가만 놔둬요?저 같으면 때리겠어요.”
왜 저렇게 선생님은 참기만 하냐. 저런 아이를 어떻게 해야하냐. 내가 막 화를 내고 그 아이를 때렸다면 때리고나서 과연 ‘아, 잘했어.’ 이런 생각이 들까? 다른 선생님에게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때리면 찝찝하지 않아?”
선생님둘 중에는 아무 말이나 하는 선생님들도 있어요. 지독해. 어떻게 선생님이 저런 말을… 나는 아이들을 어려워하라고 해요.
“아이들을 어려워해야해. 애들은 다 기억한다고. 지금 나는 아이들을 1년동안만 맡지만 애들은 ‘그 6학년 때 선생님 이랬어. 그 선생님 생각하기도 싫어.’ 이런다고. 그거 생각해봐~ 얼마나 무서운 존재냐~
부정적인 생각 대신에 ‘아, 그 선생님 그래도 우리가 1년은 행복했어.’ 이런 마음이 들게해주는 게 좋지. 더 중요한 건 나와 함께 한 그 1년이 평생을 바꿀 수도 있는데…”
김외솔(이하 김) :
선생님들은 자기네들도 할 만큼은 했다라고 하잖아요.
안 :
그것이 함정이라니까. 선생님이 생각한 ‘할만큼’이 어느만큼이냐는거지. 나는 ‘할만큼’은 끝이 없는거라고 생각해.
김 :
음… ‘할만큼’의 끝은 없다…
안 :
없어.
김 :
1년 내내 안 바뀌더라도 마지막까지.
안 :
그럼~ 마지막 그 순간까지.
‘할만큼’이라는 건 절대 없어요.할만큼 했다는 건 선을 정해놓고 ‘너 여기까지 올 때까지 내가 참아줄께’라는 거에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걸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선생님을 툭 건드려보는거에요. 얘도 나를 재보는거야.
그런데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기까지 딱, 정해놓고 ‘너 이거 넘으면 끝이야’이런다고. 그게 ‘나는 할만큼했다’야.
아이가 선생님들 툭 건드려봤는데 똑같아. 그럼 어떻게 돼?
“그럼 그렇지, 당신이라고 별 수 있겠어~ “
이렇게 생각하죠.
나는 옛말 그른 거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옛말에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이 있어요.
이게 선생님의 삶을 너~~~ 무나 잘 보여주는 말이에요. 오죽하면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할까. 개도 선생 똥을 안 먹는다는 건 무슨 뜻이냐면 너무너무 속이 뒤틀리는 걸 참다보니까 다 말라버려서 먹을 게 아~~ 무것도 없다는 뜻이에요.
아이가 변하는 순간은요, 선생님의 속이 그정도로  마르고 가슴이 터질만큼 아팠을 때에요.
아이들에 따라 한 번에 싹 바뀌는 애도 있고, 두 번에 바뀌는 애가 있고, 세 번에 바뀌는 애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상처가 많은 아이. 우리가 말하는, 소위 ‘말 안 듣는 아이’는 너무 상처가 많은 아이에요.
아이가 태어났을 땐 그냥 착하고 예쁘잖아요. 그런데 6학년까지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들은 누가 준건데? 부모? 어떤 사람들?
선생님이에요. 1학년부터 5학년때까지 한 번이라도 아이를 알아주는 선생님을 만났다면 절대로 그렇게까지는 안되지. 중학생 때 어긋나는 아이는 중학교 될 때까지 그런 선생님을 못 만난거에요.
김 :
한 번이라도요?
안 :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선생님을 만난 아이는 극단적 행동은 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