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초등학생 일기, 검사가 아니라 공감이고 대화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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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학총서’의 일부입니다. 교학총서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문의: damnonbooks@gmail.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anbada@hanmail.net)


안영숙(이하 안) :

요즘에 인권침해다 뭐다하지만 나는 꼭 일기를 쓰라고 해요.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어떤 선생님은 ‘열 줄이상’ 이라고 분량을 정해주더라구요. 하지만 이건 좀 아니에요.
김외솔(이하 김) : 
아, 분량을 정해주는군요.
안 :
그건 절대 안되는거에요. 아이들이 분량을 채우기 위해 ‘나는 오늘 어쩌구…’ 쓰는데 다 소용없어요. 한 줄만 써도 온갖 대단한 이야기가 다 들어있을 수도 있는데.
그리고 저는 일기를 안 써오는 아이는 남겨서 쓰고 가게 해요.
김 :
 
안 쓰면 남아서 쓰고가라고 합니까?
안 :
처음엔 그랬어요.
김 :
억지로라도 막 쓸거아니에요.
안 :
그렇죠.
김 :
그래도 통과가 되는거에요?
안 :
네. 그런데  남아서 쓸 때는 억지로 쓰지 않아요.
“한 줄을 쓰더라도 네가 어제 뭘 했었는지를 잘 생각해 본 다음에 한 일을 쓰지 말고 그걸 했을 때 네 마음이 어땠는지,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것만 쓰면 되는거야.”
물론 사전에 일기 쓰는 법을 일일이 애들에게 다 얘기했죠.
“남아서 하기 싫으면 집에서 해와.”
이러면 점점점점~ 나중에는 다 하게 되지. 아침에 오면 인사하면서 책상에 일기장을 놓는게 아이들의 일과 시작이에요. 그러면 나는 검사하고 일일이 다 답글 써주고. 답글 써주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못 가서 병원을 몇 번을 갔어요.
전 하루종일 서서 살아요. 쉬는시간에 일기에 답글도 달아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러다보면 ‘아휴~ 수업시간에 뭐 하라그러고 (화장실) 다녀와야지 하는데 수업하다보면 또 못 가고…  이렇게 된다고.
김 : 
일기를 매일 쓰게 하는 이유는 뭔가요?
안 :
나는 일기쓰기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 얼굴보고 말하기가 좀 쑥스럽거나 얘가 듣기에 좀 그러겠다 싶은 건 일기에 써주는거죠. 아이들은 금방 바뀌어요.
우리 아이들은 내가 아침에 열심히 해서 일기장 검사를 끝내잖아요, 그럼 일기장을 받자마다 다들 이러고 봐. 선생님이 뭐라고 썼을까. 그런데 나는 아이가 일기를 엉망으로 마지못해 쓰면 나도 그렇게 해요. 딱 한마디만 쓰기 때문에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없죠. 그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점점 잘 써요. 진심으로.
김 :
피드백을 안 써주고 검사를 한다는 건 아예 안하는 게 낫다는거네요?
안 :
그건 안하는 게 나아요. 그건 아이 마음만 엿보는 것 밖에 안되죠.
김 :
오프라인 댓글이네요. 🙂
안 :
네~ 그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