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이들의 싸움 : 양 쪽 모두에게 이야기 할 시간을 줘라

안영숙04

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학총서’의 일부입니다. 교학총서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안영숙(이하 안) :

부모들이 저에게 이렇게 물어요. 진짜로.
‘집에서는 말해도 그렇게 안 듣더니 선생님 비결이 뭐에요?’
‘어떻게 말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되요?’
‘아이고 우리 아이라도 그렇게 안되는데 선생님 비결이 뭡니까’
김외솔(이하 김) :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안 :
중간에 아이들의 말을 잘라요.
김 :
아~  다 들어주지 않구요?
안 :
말을 중간에 자르고 훈계를 하죠. 왜냐? 아이들이 말을 횡설수설하게 하니까. 이 말 하다가 저 말하다가. 아이들이 횡설수설한 건 당연해요. 그래서 끝까지 들어주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선생님이나 부모는 정말 기다릴 줄 알아야해요. 기다림이 얼마나 중요한데…  내가 너의 뜻을 충분히 안다, 싶어도 아이가 끝마칠 때까지 들어줘야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지 못하죠.
친구랑 둘이 싸워서 오잖아요? 그럼 전 물어봐요. 그런 아이들은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죠.
“그래? 진짜… 너도 화났겠다~ “
김 :
거기에 가치 판단을 해서 뭐가 잘못됐고 혼내고 데려와라… 이건 끝도 없는 얘기네요.
안 :
그렇죠. 만약에 내가 아이 둘이 싸우는 장면을 봤다면 일단 둘 다 불러요. 불러서 딱 보면 누가 피해자인지 보이잖아요. 그럼 이야기를 하게하는 순서는 피해자부터.
“그래 얘기해봐. 너도 기회 줄거니까 기다려. 얘 먼저 말하는거야~”
그러면서 피해자 아이의 이름을 말하면서
“누구야 말해봐~”
“ 선생님~ 어쩌구 어쩌구”
그럼 옆에서 듣고 있던 (가해)아이는 여태까지의 습관대로 이야기에 끼어들려고해요.  그럼 저는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이야기하죠.
“기다려~ 생각하면서 기다려야해~ 그 다음엔 네가 말할거니까.”
그렇게 첫 번째 아이가 한동안 막~~ 이야기하고 나면 잠시 텀이 생겨요.
“자, 이제 네가 말해~”
그럼 얘가 또 막~~ 말해요. 싸움의 원인은 뭐고 어쩌고 저쩌고… 두 번째 아이가 말하고 있으면 첫 번째 아이가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생각나잖아요. 그럼 또 끼어들려고 해요.
“기다려~ 저거 끝나면 너 기회줄께.”
이렇게 얘기를 하게하다 기회되면 찬스를 또 이 쪽에 주는거지. 얘기하고, 얘기하고. 꼬맹이들은 한 6번정도면 거의 평정이 되요. 처음엔 막~~ 하다가 이제 둘 다 할 말이 없어.
“그럼 선생님이 어떻게 해줄까?”
그러면서 가해 아이에게 물어봐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어때?”
“미안해요…”
“그럼 미안하다고 말할꺼야? 자 손잡고.”
“미안해~ “
“괜찮아.”
보통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가해 아이가 미안하다고 하면 ‘괜찮다’고 하죠.
“아니~ 괜찮아가 아니고 다음부터 그러지 마~ 라고 얘기해.”
나는 꼭 그렇게 해요.
“미안해하는데 괜찮아가 아니지. 다시는 그러지마~ 라고 얘기해.”
그럼 얘가 약자인 경우는 눈치를 봐요.
“아니, 똑바로 보면서 얘기해봐.”
얘한테 힘을 주는거야. 그럼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다신 그러지 마!”
선생님이 있으니까 용기를 낸다고. 그럼 가해 아이가 대답하죠.
“알았어.”
이러면 이제 끝이 나는거에요. 그런데 어떤 때는 피해자이긴한데 원인 제공자인 경우도 있어요. 그럼 가해를 했다해도 억울하잖아. 그럼 다~~ 듣고나서 내가 이렇게 말해줘요.
“억울하겠다~ 너 진짜 화나겠다. 그런데 너의 잘못은 네가 폭력을 썼다는거야.”
이럴 땐 이렇게 교정을 해줘야죠. 다 들어줘서 미안해하고 끝나는 사소한 것들은 상관없는데 폭력을 쓴 거. 언어폭력이든 뭐든.
“너 정말 선생님이 봐도 화가 나겠어. 그런데 선생님이라면 폭력은 쓰지 않을거야. 네가 잘못한 건 폭력을 쓴거야. 그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겠다.”
그러면 이해를 하고 이렇게 말해요.
“때려서 미안해.”
김 :
거의 99% 애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겠네요.
안 :
그렇죠. 그거 못 끌어내면 이제까지의 일을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거에요. 반드시. 6학년도 반드시 해줘야해요.
김 :
6학년 애들은 좀 건들건들해서 대충 선생님이 뭘 원하는지도 알고 ‘아 뭐…’ 이렇게 하잖아요?
안 :
그걸 잘 살펴야죠.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는건지 건성으로 하는건지.
김 :
건성으로 하면 너는 건성으로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는거네요?
안 :
그렇지. 진심이 부족해.
김 :
말하지 않아도 뭔가 있다는거잖아요?
안 :
그렇죠. 힘의 논리가 작용되고 있다는 건 분명히 살펴야해요.
“너 지금 진심이 부족해.”
“아닌데요!”
“선생님은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만 해줘요. 뭐 어쩌구 저쩌구 할 필요도 없어.
“너 지금 입으로는 그러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아니잖아.”
이렇게 딱 찍으면 ‘어, 이것까지 선생님에겐 다 보여?’ 이래서 딱 꺽인다고. 원인제공자에게는 ‘놀려서 미안해’라고 하게하죠. 원인제공자도 나쁘다는거에요. 괜히 건드려서. 그렇게 계속 가면 되는거야. 큰 아이들은 막 발로 차면서 싸울 수도 있고 하니까 맨 처음엔 거리를 이렇게 두고 시작하죠.
“자 하고 싶은 얘기 해봐”
김 :
일단 얘기를 다 하게 한다…
안 :
그렇죠. 그리고 큰 아이들에겐 특히 이렇게 해요.
“사람이 왜 말하는 입을 가졌을까? 먹는 것만 입이면 동물이잖아. 동물들은 말 못하니까 그렇게 치고박고 물어뜯으면서 싸우는거야. 사람이 치고 박고 싸우는 건  무식하기 때문에 그래. 무식하기 때문에 폭력이 나오는거야.”
그러면서 나는 이런 사례를 들어줘요. 외국 영화나 아니면 무슨 경기 볼 때 싸울 때 이러잖아요. 얼굴 앞에까지 가서 으으으으~ 고학년에겐 그런 걸 예로 많이 들어요.
“외국사람들 싸울 때 봐봐~ 치고 박고 싸워? 걔네들은 얼굴 앞까지 가서 그러고 말로 싸우잖아. 말도 폭력적인 언어를 쓰면 바로 잡혀가거든. 그러니까 머리를 써야해 머리를.
어떤 말로 내 기분을, 내 생각을 저 사람에게 전해서 내 이 기분을 제대로 전달할까 이걸 궁리해야지 그게 안되니까 주먹이 나오는거지. 생각이 짧은거야.”
평소에 이런 얘기를 늘~ 하는거에요. 그니까 3~4월 지나면 싸우는 애는 한 명도 없어. 절대로 안 싸워. 왜? 그럼 무식한 사람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