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출하겠다는 초등학생 : 대안이 없는 말은 하지마라

 안영숙02
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학총서’의 일부입니다. 교학총서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안영숙(이하 안) :
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하는 말이 6학년이 되면 가출하고 싶다는거야. 새엄마 때문에.
“선생님, 저 가출하고 싶어요.”
“그래, 너의 그 마음을 선생님이 정말 잘 알 것 같아. 너무너무 속상하지? 근데… 우리나라 법은 6학년 아이에겐 일 안 시켜. 그래서 너 지금 가출하면 취직이 안돼.”
 
김외솔(이하 김) :
가출했을 때의 상황을 걱정해서 미리 얘기하시는거죠?
 
 
안 : 
미리 얘기를 해줘야해요. 대안 제시 없이 말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별로 뭐… 의논도 안하고 싶고…

“그래서 너 길에서 매일 먹고 잘 수 있겠어?”
그러면서 위인들 얘기를 해줘요. 위인들은 어려운 경우에 어떻게 이겨냈는지. 선생님은 이런 걸 많이 알고 있어야해요. 그 때 그 때 말을 할 수 있어야하니까. 나는 정말 하루도 책 안 읽은 날이 없을정도에요. 위인전, 유명한 소설… 그런 것들을 다 읽어야 그 때 그 때 그게 나와.
김 : 
아이들한테는 위인전 얘기가 잘 통합니까?
안 :
잘 통해요. 그걸 아이들 수준에 맞게. 1학년이면 1학년에 맞게, 6학년이면 6학년에 맞게 말하죠. 그래서 그 아이에게 언제 가출하라고 말해줬어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가출해라. 고등학교 졸업하면 니가 알바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참아.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해.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거야. 그래서 어떤 때는 정말 목숨과 바꾸면서까지도 참아내는 것들이 있거든.”
이런 얘기를 자꾸 해줬어요. 얘가 진짜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 나갔어. 아직까지 계속 연락도 오고.
김 :
가정 문제까지 해결해줄 순 없으니까.
안 :
아빠 만나서 얘기를 해볼까했는데 아빠가 꺼리더라구. 사실 나는 웬만하면 부모나 집은 상대 안해요. 왜냐하면 부모들이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니까. 물론 아이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부모가 협조해주면 확실히 빨리 빨리 고칠 수 있어요. 협조하는 부모는 ‘아,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해요.
그 가출하고 싶다는 아이의 아버지도 자기 와이프가 아이들에게 하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알고있더라고. 아이가 변했으니까. 아는데 그렇다고 그  여자랑 헤어질 수도 없으니까. 전학도 2~3번 했어. 그래서 내가 이야기했어. 아이가 가출까지 하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아이에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가출하라고 했으니까 그런 줄 알라고도 얘기했어.
김 :
부모하고 통화를 할 때는 그냥 현재 상태를 그대로 얘기를 해주는 선에서 끝내야합니까?
안 :
내가 아는 척하면 안되요. 아이가 이럽니다, 이랬습니다. 상황만 이야기해주는거에요.  그런데 부모가 조언을 구할 때가 있어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럴 때만 말해줘야햐요. 그게 아닌데 섣불리 ‘얘가 이렇게 이렇게 한 것으로 보아 이렇게 보입니다’라고 하면 그 때 부모는…
항상 선생님들에게 하는 게 이거에요.
“아이가 한 행동만 적어놨다가 그것만 말해줘야해. 내 짐작이나 내 생각을 말하면 안돼.”
그럼 부모가 선생을 터치 걸 일이 없잖아요. 얘가 이래서 나쁘다라고 말한 것도 없고 그냥 얘가 이럽니다, 했으니까.
아이에게 견뎌내는 힘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잖아요. 아이들의 아픔을 보려면, 아 저 아이가 거칠게 행동하는구나 아니면 얌전한 아이 중에도 그런 경우도 있잖아. 그런 아이가 있는가 없는가를 살피는 건 관심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