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달력… 어느 시인의 편지

어느 여름날 한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제주의 푸른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우리 교실로요.

교실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했습니다.

두세 시간 쯤

시를 쓰고 동시를 읽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섰습니다.

뚜벅뚜벅, 교실 앞문으로 걸어 나가는 줄 알았더니

창가 벽에 걸려 있는 동시 달력 앞에 다가가 한 장 한 장 들춰 보며 말합니다.

“이런 동시 달력이 다른 교실에도 걸리면 좋겠어요.”

말도 안 되는 말이었어요.

달력을 출판하자는 얘기인데, 요즘에 누가 달력을 돈 주고 사나요?

더구나 그 해 못 팔면 결국 못 팔게 되는 게 달력인데요.

“걸어두기만 하는 달력은 재미없어요.

시간을 가지고 놀자는 의미에서

갖고 노는 달력 어때요?”

디자인을 맡겠다던 연서님의 말 또한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예요.

걸어놓고 일 년 내내 봐야 하는 달력을 갖고 놀게 만들다니요.

“달력 밑에 있는 큐알 코드를 스캔하면 동시 노래가 나오게 해요.”

또 이런 말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크고 질 좋은 종이를 마음껏 갖고 놀 기회가 없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은 이렇게 또 이어져버렸어요.

크고 질 좋은 종이로 인쇄하기를 고집하다 보니

보통 달력처럼 걷어 올리게 제본을 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이번 동시 달력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말들의 결과물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죠.

몇 월인지도 알 수 없는 달력이에요.

‘착한 아이의 수학 시험지’가 있는 어떤 달의 날짜 중에는

틀린 답안이 있어요.

곳곳이 휑해요.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감감하죠.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동시 달력을

아이들 앞에 갖다 놓았더니

그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었어요.

처음에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연필, 네임펜, 매직, 싸인펜을 들고 달력에 달려들어 여백을 채우기 시작해요.

핸드폰을 뒤적거려 몇 월인지를 확인하고,

이곳저곳 글자를 채워놓고,

색칠을 하고,

종이를 접어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고…….

그렇게 저마다 자기들만의 달력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달력을 전시하는 방법도 다양했어요.

유리 탁자 밑에 넣기도 하고,

옷걸이에 빨래집게를 이용해서 걸기도 하고,

게시판에 붙이기도 하고,

천정에 걸어서 앞뒤 모두를 볼 수 있게도 하고.

한 마디로 여러분 앞에 배달된 이 동시 달력은

미완성의 달력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이런,

미완성의 달력이

여러 독자에게 닿았을 때

또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합니다.

 

2017년 2월 3일

안진영 드림